방송에 자주 나와 유명한 셰프라는 것만 알지 어떻게 레스토랑을 운영하는지, 요리에 대한 철학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약 10분 간의 방송을 보고 알았다.
우선 짧은 시간에 최현석 셰프의 리더십을 잘 담아낸 편집에 박수를 보낸다.
신뢰
에드워드 리 셰프가 요리 중간에 '맛'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최현석 셰프는 그 질문에 '나를 믿어달라'고 한다. 나를 믿어달라는 얘기를 그렇게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을까? 심지어 상대는 백악관 만찬의 셰프다.
Trust me
구성원들은 리더를 믿어야 한다. 리더가 내린 결정을 믿어야 한다. 믿음은 신뢰로부터 나온다. 관계에서 신뢰는 여러 면에서 구축된다. 알고 지낸 기간으로 신뢰가 형성되기도 하고, 그 사람의 전문성으로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성의 정도가 비슷하거나 짧은 교류 내에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미처 신뢰가 형성되기 전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 팀원은 리더를 따를 수 있는 '팔로워십(Followership)'이 필요하다. 에드워드 리 셰프의 팔로워십 또한 조명 받아야 한다. 구성원이라면 리더가 내린 '결정'으로부터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리더는 팀원이 제기하는 이의를 검토하고 내릴 결정에 자신을 믿어달라며 이야기 한다. 그러려면 자기 자신이 가진 배경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내린 결정을 믿을 수 있는 확신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믿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담담하게 자신을 믿어달라고 말하는 최현석 셰프 그리고 강하게 이견을 피력하되 결정에 수긍하고 다시 가리비 손질에 집중하는 에드워드 리 셰프. 팀이었다.
인정
조리 도중 가리비 개수가 잘못되어 목표로 한 총량을 맞추지 못하게 됐다. 최현석 셰프는 자신의 오더에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한다. 말이 쉽지 리더가 한 실수는 신뢰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다만 그 실수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다 계획이 있구나
라운드를 시작하자 마자 팀원들에게 재료 확보를 지시한다. 셰프 위는 재료라며. 재료를 확보하고 나선 바로 프렙을 진행시킨다. 최현석 셰프 팀은 Round 3의 두번째 경기였다. 앞선 경기를 지켜보면서 놀고 있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팀이 승리할지 고민하고 시뮬레이션 해봤을 것이다.
용병술
리더는 할 일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며, 이 일들이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적당히 분배해야 한다. 그러려면 팀원들의 장점을 파악해야 한다. 전자는 전문성에서 나오며 후자는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다. 팀의 생산성은 개인의 장점이 충분히 발휘되어야 높아진다.
목적 중심
라운드가 시작하자마자 재료를 쓸어오기도 하고 대파가 부족해서 상대 팀에 가서 대파를 얻어오기도 한다. 몇몇 분들은 이 부분을 보고 밉상이라고 이야기를 하던데, 난 다르게 생각한다. 최현석 셰프에겐 팀이 만들 요리를 최고로 만드려는 목적만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집중한 결과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경연 도중 상대방 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심지어 후배 셰프 팀이기도 했다. 그런 일을 기꺼이 수행해냈다. 이런 생각을 하기도 쉽지 않다. 상대팀에겐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편견, 기본 가정을 깬 것이다.
마무리
흑백요리사 Round 3 팀전은 가장 재밌게 본 라운드다. 백팀의 우왕좌왕 하면서도 멋진 요리를 만들어낸 것도 멋있었고 '트리플 스타'의 담담하고 One-way 커뮤니케이션 리더십도 멋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받았던 최현석 셰프의 리더십에 대해 짧게 정리해봤다.
리더십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고 정답이 없다. 상황에 따라 유효한 리더십의 형태도 다르다. 어떤 상황에선 최현석 셰프의 리더십이 독선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런 짧은 시간 내에 승리를 쟁취해야 하는 경쟁 상황에선 팀을 승리로 이끄는 리더십일 수 있지 않을까.